e스포츠협, 표준계약서에 또 ‘동의없는 이적’ 불공정 조항

논란 없애겠다며 개정한 계약서… 공정위, 문제 조항 수정 권고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최근 새로 만든 프로게이머 표준계약서에 사전 동의 없이 선수를 이적시킬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표적인 불공정 조항으로 꼽힌다. 불공정 논란을 해소하겠다며 개정한 표준계약서에도 문제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말 KeSPA로부터 프로게이머 표준계약서 초안에 대한 검토 요청을 받고 그 결과를 이달 초 회신했다. 표준계약서는 프로게임단이 선수 계약서 작성 시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이다. KeSPA가 공정위에 제출한 표준계약서 초안에는 ‘선수의 이적, 임대, 양도 시 프로게임단이 사전에 선수와 협의토록 한다’고 돼 있다. ‘동의’를 받지 않아도 ‘협의’만 사전에 진행되면 게임단 마음대로 선수 이적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사전 협의’를 ‘사전 동의’로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선수 동의 없는 이적은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다. KeSPA는 이를 허용하는 조항을 표준계약서에 포함시킨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말 거센 비판을 받았다(국민일보 2019년 12월 2일자 8면 참조). e스포츠 특성상 프로게이머는 다른 프로스포츠 선수에 비해 어리다. ‘2019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프로게이머 및 연습생들의 59.2%가 17~21세다. 선수 동의 없는 이적이 허용되면 게임단은 20세 안팎의 어린 선수들을 중국·미국 등 외국팀에 마음대로 보낼 수 있다.

KeSPA는 이에 따라 불공정 조항을 없앤 새로운 표준계약서를 만들겠다고 지난해 말 공언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리그 개막 전인 2월 초 계약서를 완성한 뒤 이를 의무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동의 없는 이적’ 조항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KeSPA가 새로 만든 표준계약서도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권고대로 표준계약서를 수정할 경우 게임단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KeSPA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KeSPA 표준계약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협회가 선수 권익보다 게임단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의 표준계약서가 서둘러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프로게이머 표준계약서는 올해 하반기 완성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 표준계약서에 대한 검토 요청이 오면 선수 권익 보장을 위해 엄정히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e스포츠협, 표준계약서에 또 ‘동의없는 이적’ 불공정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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